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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1. 짝꿍 관찰기: 행복은 성적순이 절대 아니다아무말 2024. 7. 23. 18:56728x90반응형
#짝꿍관찰기
1등급이 많았지만 불안했던 나보다
1등급은 하나도 없었지만 행복했던 짝꿍
나는 어릴 때 지방에서 자랐다.
지방 소도시 뭐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지방의 소시골.
거기서 나는 꽤나 공부를 잘했다.
동네 초-중학교를 거쳐 약간 큰 규모의 고등학교로 진학했을 때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등수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던 때가 생생하다.
고등학교 1학년때 나는 반에서 중위권의 학생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중하위권 정도였을 것 같다.
전교 등수야 말해무엇하리.
수능 모의고사는 그럭저럭 봤지만 그냥 '그럭저럭'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수학만 빼고. 수학은 더럽게 못함)
하지만 점점 성적은 올랐고
고3 마지막, 수능 점수 순서대로 진행되는 상담에서
나는 반에서 3번째로 담임과 상담을 할 정도였으니까.
수능도 운좋게 잘 봤고 원서운도 따라줬던 덕분에 원하던 대학을 가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항상 부족했다.
나는 내가 항상 부족하다 느꼈다.
1등급이 다른 숫자들보다 더 많았던 성적표였지만
1이 아닌 다른 숫자로 채워진 성적표를 보며 불안했고 내 자신을 다그쳤다.
이같은 생각은 고등학교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시골에서 서울로,
그것도 똑똑한 사람들이 가득한 명문대에 입학하고 나서
나는 너무나도 겁이 났다.
나의 무식을 들킬까봐.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1학년때는 학점이 형편없었지만
최종 받아든 성적표는 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난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마치 인사이드아웃2의 라일리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불안이에게 잠식당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안보셨다면 꼭 보세요 강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면서
짝꿍과 대화를 나누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그것도 바로 내 옆에.
짝꿍은 1등급은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성적을 받고 나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을 갖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건 자신이 받은 점수일뿐이니까.
그는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갔고 졸업을 했다.
몇 번의 이직을 거쳐 현재의 직장에 다니고 있다.
...
그리고 나와 결혼을 해서 지금 내 옆에 있다.
아무 문제도 없다.
내 성적표에 1등급이 없어도 아무 문제도 없다.
과정도 중요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결국 결과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매번 결과를 쫓는다.
그리고 남의 평가에 귀를 기울인다.
회사가 나에게 몇 등급을 매기는지 이런 회사를 다니는 나는 몇 등급짜리인지
이런 월급을, 이런 연봉을 받는 나는 몇 등급인지. 매번 되묻는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고 탈출을 꿈꾸면서도
매번 남들이 볼때는 이런 회사에 다니면~
이런 회사에 다니면 대출은~
이런 일을 하면 좀 그렇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루 일을 끝나고도
누구는 00을 투잡으로 한대,
누구는 00를 배운대
혹은
나도 00를 하려면
00부터 해야하는데
라며 불안해하고 조급해한다.
운동을 안가고 유튜브를 보며 누워있는 날은 한심한 날이 된다.
하지만 짝꿍은 날마다 자신의 일을
정해진 시간에 마무리하고 온다.
마무리한 이후에는 자신을 위해 헬스장에 간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계란, 요거트를 먹고
자신을 위해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짝꿍을 보면서 느낀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의 기준은 타인에게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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